어느 날, 엄마가 했던 이야기를 또 하셨습니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시고, 심부름을 갔다 온 후 “뭘 사러 갔지?”라고 물으셨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혹시나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고, 이후 저는 치매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치매는 단지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가 아니라, 뇌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환입니다. 그리고 이 질환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찾아옵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치매는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두뇌 훈련'이 있습니다.
왜 두뇌 훈련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가요?
우리의 뇌는 신체의 다른 기관처럼 계속해서 자극을 줘야 유지되고 성장합니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점점 약해지듯이, 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게 됩니다. 치매는 뇌세포의 손상과 연결망의 단절로 인해 발생하는데, 두뇌 훈련은 이러한 연결을 강화하고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지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치매 발생률이 낮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두뇌 훈련은 단순히 기억력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 언어 능력, 공간 인식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골고루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뇌의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저희 가족도 어머니와 함께 하루에 10분씩 간단한 두뇌 훈련을 하는 시간을 정해두었고, 그 결과 말투와 표정, 심지어 걸음걸이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두뇌는 반응하고 변화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두뇌 훈련 방법
두뇌 훈련이라고 하면 복잡한 문제를 푸는 퍼즐이나 수학 게임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도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일상 속 자극’입니다. 다음은 제가 직접 실천해본 효과적인 두뇌 훈련 습관들입니다.
1. 손을 자주 쓰는 활동
손은 ‘바깥의 뇌’라고도 불립니다. 손을 자주 쓰는 활동은 뇌의 운동 영역과 연관되어 있어 매우 강력한 자극이 됩니다. 뜨개질,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악기 연주, 종이접기 등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손 활동은 집중력과 손-뇌 연결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매일 퍼즐 맞추기와 뜨개질을 하시면서 눈에 띄게 말씀이 또렷해지셨습니다.
2. 규칙적인 독서와 필사
책을 읽고 문장을 따라 써보는 ‘필사’는 언어 능력과 기억력 향상에 좋습니다. 하루에 한 문단씩 필사를 하면서 내용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두뇌 자극이 됩니다. 중요한 건 책의 난이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며, 만화책이나 신문기사도 훌륭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3. 새로운 길로 산책하기
매일 똑같은 길을 걷는 것보다, 낯선 길이나 새로운 동네를 걷는 것이 뇌를 더 자극합니다. 길을 기억하고, 방향을 인식하며,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공간 감각과 기억력, 판단력이 동시에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다른 공원이나 시장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짧은 외출이 뇌 자극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음악 듣기와 따라 부르기
음악은 청각 자극과 감정을 동시에 자극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거나, 가사를 기억하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언어 중추와 기억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옛날 노래는 과거의 감정과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5. 하루 일과 회상하기
자기 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지?", "누구를 만났지?", "산책은 어디로 갔더라?"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하거나 가족과 주고받으며 기억력을 자극하는 것은 두뇌 훈련의 기본 중 하나입니다.
인지 훈련과 더불어 필요한 생활 습관 개선
두뇌 훈련만으로 치매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두뇌 건강은 전반적인 신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균형 잡힌 식단,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도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입니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올리브유, 채소, 생선, 견과류 중심)이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은 뇌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부모님 식탁에 항상 호두, 블루베리, 토마토 등을 올려두고, 튀김류는 최대한 줄이도록 신경 씁니다. 작은 식습관 하나가 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치매 예방,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치매는 단지 나이 든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젊을 때부터 뇌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의 뇌 건강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뿐 아니라 저 자신도 매일 스도쿠를 풀거나 필사를 하며 뇌를 자극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두뇌 훈련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극을 주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뇌를 건강하게 지켜줍니다. 우리 가족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 뇌 운동 습관이, 언젠가는 치매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큰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뇌를 한 번 더 움직이는 하루를 살아보세요. 당신의 뇌는 당신이 노력하는 만큼, 건강하게 반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