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이라고 하면 피터 파커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단순히 슈퍼히어로를 새롭게 설정한 것이 아니라, 영웅의 정의 자체를 재정의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그 시각적 충격과 감정의 깊이에 한동안 빠져 나올 수 없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도 이렇게 예술적이고 진심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줄거리 –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
2018년 개봉한 이 작품은 다양한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한데 모이는 '멀티버스'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우연히 거미에 물리며 초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능력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움과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던 중 다양한 차원의 스파이더맨들—누아르 스타일의 스파이더맨, 페니 파커, 스파이더 햄, 그리고 이미 지친 피터 B. 파커 등—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자신만의 영웅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비주얼 스타일’입니다. 만화책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연출, 과감한 색채, 프레임 드롭 기법, 그리고 효과음과 말풍선까지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마치 우리가 직접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그 시도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마일스의 내면과 성장 서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탁월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영화는 마일스가 ‘자신의 방식대로’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존의 피터 파커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라는 신념으로 상징되는 인물이라면, 마일스는 ‘내 안의 불안과 혼란을 껴안고도 나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철학은 다양성과 자아 수용이라는 현대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마일스 모랄레스,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가 되다
마일스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의 틀에서 벗어난 캐릭터입니다. 그는 완벽하지도, 늘 정답을 아는 인물도 아닙니다. 라틴계와 흑인의 혼혈이라는 배경을 가진 그는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능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학교에서의 위화감, 아버지의 기대, 삼촌과의 갈등, 그리고 슈퍼히어로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그는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갑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일스가 기존 히어로들의 단순한 복제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힙합 음악에 맞춰 싸우고, 후디에 운동화를 신은 채로 도시를 누비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키는 모습은 이제껏 보지 못한 '현대적인 히어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도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스파이더버스 시리즈 순서와 내용 요약
1.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018)
시리즈의 시작점이며, 마일스 모랄레스가 처음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합니다. 다양한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며, 시각적 연출과 내러티브 모두에서 큰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새 기준을 세웠습니다.
2.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 (2023)
1편의 후속작으로, 마일스가 멀티버스의 더 넓은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들과의 관계, 갈등,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그려집니다.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결말은 다음 편을 암시하는 클리프행어로 마무리됩니다.
3.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 (미정)
완결편이 될 작품으로, 당초 2024년 개봉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제작 지연 중입니다. 마일스의 여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팬들의 기대가 높으며, 시리즈 전체의 주제와 결말이 집약될 예정입니다.
결론 – 우리 모두가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정체성과 다양성, 그리고 성장이라는 주제를 놀랍도록 세련되고 진심 어린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마일스 모랄레스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러도 용기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싸움과 구출이 아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과 ‘내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스파이더맨은 이제 한 명의 상징이 아니라, 모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파이더맨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